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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대 해외축구에 대해 말하자면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근 10년간 5개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곧 있으면 6번째 트로피를 그들의 트로피 장식장에 추가할 예정이다. 그들이 들어 올린 트로피를 세기 위해선 열 개의 손가락도 부족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오랜 염원인 챔피언스 리그 우승이라는 숙제가 남아있고 아직도 그것을 해결하지 못했다. 왜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리그를 호령하고도 토너먼트 형식의 챔피언스 리그를 제패하지 못했을까?

먼저 그들의 전술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현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는 크루이프즘을 기반으로 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크루이프즘은 축구계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가 구사했던 전술이다. 크루이프즘에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다. 둘째, 선수들 간의 짧은 거리를 유지한다. 셋 째, 미드필더 진영에서의 수적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다.

이 특징들은 맨시티의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에도 잘 드러나있으며, 과르디올라는 더욱 발전된 전술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의 전술은 "점유율 축구를 하고 그것을 추구한다."라고 쉽게 정의 내릴 수 있다. 점유율 축구란 공을 최대한 오래 소유하려고 하며 따라서 공을 상대팀에게 뺏기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은 맨시티가 점유하고 있는 공을 빼앗기 위해서 조직적이고 강한 압박이 들어오고, 맨시티는 이를 선수들의 개인적인 기량이나 패스 플레이를 통해 압박을 풀어낸다. 공은 사람보다 빠르기에 압박이 들어와도 패스를 통해 이를 풀어낼 수 있다. 강한 압박이 들어오면 더 빠르게 패스를 돌리면 되고 이론상으로 공을 계속 점유할 수 있다.

하지만 축구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사람이다. 강한 압박에 부담을 느낀 선수들은 실수를 한다. 그 실수들이 상대팀의 역습으로 이어지며 실점하게 돼 결국 패배하게 되는 것이다. 챔피언스 리그는 각국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낸 팀들만이 참가하며 그들은 좋은 선수들과 감독을 보유하고 있고 조직력 또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그들은 맨시티를 상대할 때 토너먼트의 특성을 이용하여 선수단의 모든 체력을 쏟아붓는 강한 압박의 전술을 준비한다.

이러한 전술은 맨시티가 공을 점유하는데 큰 부담을 주며, 맨시티의 선수들이 실수를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선수들의 퀄리티가 훌륭한 상대팀은 이 실수들을 놓치지 않고 골을 만들어내며 결국 맨시티가 패배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점유율 축구를 추구하는 팀은 토너먼트에서 강한 압박 축구에 약한 전술적 한계가 드러난다. 맨시티가 빅이어를 들어 올리긴 위해선 이런 전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선수단 구성도 문제이다. 맨시티는 다른 팀에 비해 많은 수의 경기를 치룬다. 모든 경기에 매번 같은 선수가 뛸 수는 없으니 좋은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보유하는 것이 팀의 긍정적인 성적에 큰 영향을 준다. 즉, 선수단의 뎁스가 두꺼워야 한다. 하지만, 맨시티는 않다. 그들의 1군 퀄리티는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그들이 좋은 후보 자원들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하여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못할 것이다.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겨 경기에 뛰지 못할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감독의 전술적인 기행 또한 큰 지분을 차지한다. 펩 과르디올라는 챔피언스 리그라는 중요한 토너먼트에서 새로운 전술을 실험했다. 이때까지 본 적 없는 전술을 꺼내거나 한 선수가 평소에 뛰던 위치가 아닌 새로운 위치, 역할을 준다거나와 같은 이상한 실험을 한 적이 종종 있었다. 물론 새로운 전술을 선보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전술을 실험하는 무대가 챔피언스 리그라는 것은 문제이다. 선수들에게 익숙지 않은 전술은 좋은 결과를, 좋은 경기 내용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2019/2020 시즌 맨시티는 8강에서 리옹을 만났다. 리옹은 맨시티보다 전력 차가 많이 나는 어렵지 않은 상대였지만, 펩 감독의 전술 실험으로 인해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 탈락했다. 이처럼 리그보다 중요도가 높은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새로운 전술적인 도전은 줄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위의 3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독 교체와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로 두터운 선수단 뎁스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감독이 비록 토너먼트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해도 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이를 대체할 감독 또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감독 교체는 어렵다. 현재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인 구단주이기에 구단주에게 문제를 찾는 것보다 계속된 실패 영입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보인다.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좋은 유망주들을 찾아야 한다. 훌륭한 스카우터진을 구성하고 영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며 좋은 유스 시스템과 훈련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선수들의 부상 관리와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의료진도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맨체스터 시티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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