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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의 잉글랜드 첫 시즌인 2016-2017 시즌만 해도 많은 여론들이 펩이 잉글랜드에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프리미어 리그에는 무리뉴, 콘테, 벵거, 라니에리, 클롭, 포체티노 등 명장들이 즐비했고 과르디올라의 패스 축구가 거친 프리미어 리그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비록 첫 시즌에는 리그 3위, 챔스 16강에 그치면서 펩의 커리어에 '첫 무관'을 기록하는 굴욕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그 다음 시즌인 2017-2018 시즌 맨시티는 프리미어 리그 역사를 쓰게 된다

 

 

펩 과르디올라의 4-3-3,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윙백!!

맨시티는 2017-2018 시즌 이적 시장에 3명의 윙백을 영입하며 그 포지션에만 2000억에 가까운 거금을 투자했다. 사발레타, 사냐, 클리쉬 등 이미 노쇠화가 시작된 선수들을 세대 교체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과르디올라는 윙백들에게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요구했기 때문에 중앙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윙백들이 필요했다. 중앙으로 움직임을 가져간 윙백들은 CDM(페르난지뉴)과 같은 라인에 위치하며,  '2-3-2-3' 포메이션을 만들었다.

 

2-3-2-3 포메이션

 

그렇다면 왜 과르디올라는 다른 감독들처럼 윙백들을 높은 위치까지 끌어올리지 않고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게 할까

 

 

  •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

전 시즌인 2016-2017 시즌으로 돌아가보자. 펩은 기본적으로 많은 선수들이 최전방 공격에 집중하기를 원했다. 스트라이커(아게로), 양쪽 윙어(사네, 스털링), 중앙 미드필더(실바, 데 브라위너) 까지 최소 5명이 공격에 집중하길 원했고 상대 팀도 많은 공격 숫자를 수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나타난다. 2016-2017 시즌 윙백들이 바뀌기 전, 맨시티의 전술은 위협적인 공격력을 가졌지만 수비적인 부담이 매우 컸다. 중원에 위치한 두 선수(실바, 데 브라위너)가 공격에 깊숙히 가담하면, 수비형 미드필더는 혼자 중원에 남아있어야했고 중원에 빈공간이 너무 많이 발생 역습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중원에 생기는 빈공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르디올라는 중앙에 윙백들을 배치했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할 때 생기는 중원의 빈공간을 윙백들이 커버해주었고, '2-3-2-3' 포메이션의 후방 5명은 수비, 전방 5명은 공격으로 분류하며 공격 --- 수비 전환의 리스크를 줄였다. 중앙에 윙백들을 배치함으로써 수비는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 안정적인 빌드업

맨시티는 공격을 전개할 때, 두 중앙 미드필더(실바, 데 브라위너)가 빌드업을 도와주려 후방에 내려오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실바와 데 브라위너는 상대 진영에 위치하면서 볼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공격에 더욱 집중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중원에서 볼을 받아줄 선수가 부족해지고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과르디올라는 이를 윙백을 이용해 새로운 전개 방식을 만들어 해결한다. 윙백들이 중앙으로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후방 선수들에게 패스 옵션을 만들어주고 후방 5명은 유기적으로 볼을 공유한다. 후방 5명이 유기적으로 볼을 운반하면서 점유하다보면 상대의 수비 진형이 흔들리게 되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공격을 전개한다. 이런 공격 전개 방식은 전방에 공격 숫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후방에 5명이 좋은 발밑을 가지지 못해, 실바와 데 브라위너에게 다이렉트로 안정적인 패스를 뿌리지 못한다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과르디올라가 발밑이 좋은 수비수들을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미드필더가 내려가 빌드업을 도와주지 않고 전방에 위치하는 장면이다.

 

왼쪽 윙백과 윙어의 위치가 바뀐 것은 다음편에 소개할 예정이다.

 

  •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양쪽 윙어에게 1대 1 상황을 많이 만들어주기 위해)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그대로 번역하자면 한 쪽을 과부화시키고 반대쪽을 고립시킨다는 뜻이다. 즉, 쉽게 말해 한 쪽에 선수들을 많이 배치해서 상대의 선수들이 그 쪽으로 쏠리게 하고 한 다음, 볼을 반대쪽으로 전환해 윙어나 윙백이 상대 풀백과 1대 1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아주 잘활용한 감독이다. 과르디올라는 하프 스페이스에 LCM(실바)과 RCM(데 브라위너)을 배치함으로써 공격 전개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상대는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한 두 명의 미드필더를 압박하기 위해 똑같이 두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시켰고 과르디올라는 이를 이용해 공격 전개를 다양화시켰다. 

 

하프 스페이스

예를 들어, 맨시티의 LCM과 RCM이 측면으로 살짝 벌린다면, 스트라이커는 내려와서 공을 받을 수 있다. 또, 그들이 안쪽으로 움직임을 가져간다면 양쪽 윙어들이 상대 풀백과 1대 1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즉,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전술이 가능한 것은 애초에 맨시티의 윙백들이 중앙 지향적 움직임을 가져갔고 이를 바탕으로 양쪽 윙어들이 측면으로 넓게 포진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커가 공을 내려와서 받을 수 있다                                윙어에게 1대 1을 만들어줄 수 있다

 

과르디올라는 여기서 더 나아가 1대 1 상황에 있는 윙어들에게 더 많은 공격 옵션을 추가해주었다. 측면에 넓게 벌린 윙어들이 볼을 잡았을 때, LCM과 RCM은 그들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며 2대 1 패스, RCM/LCM의 순간적인 돌파에 의한 드리블 시도, 그에 맞춘 스루 패스 등 윙어에게 1대 1 돌파만을 강요하지 않았다. 

 

 

윙어에게 다양한 공격 옵션을 만들어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공격이 진행될수록 선수들에게 자유를 부여했지만 그 전까지는 선수들에게 명확하게 요구하는 것이 있었고 선수들은 그것을 꼭 지켜야만 했다. 

 

"펩이 특정 방식을 주문했고, 우리는 그것을 반드시 이행해야 했다. 하지만 공격 지역에서만큼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었다."  - 티에리 앙리(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티에리 앙리)

 

 

 

지금까지 기본적인 2017-2018 시즌의 과르디올라 전술이였고 다음에는 상대 감독들이 어떻게 이 전술을 대처했고 과르디올라는 어떻게 뚫었는지에 대해 소개하겠다.